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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별그린 2025. 6. 29. 14:43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천선란 작가님에 홀려서 시작하게 된 단편선입니다.

덕분에 많은 작가님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어 좋았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SF 주제 단편선 모음집입니다.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것과 전투를 이어가다 어떤 계기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행성을 거주하기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출발했던 직원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도  하고

로봇이 아닌 클론을 만드는 세상에서 클론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머나먼 행성에 노인들을 위한 체험형 행성(양로 행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외계의 어떤 신호들을 분석해나가기도 합니다.

 

모든 단편들이 하나같이 흥미롭고 새로운 주제를 들고 와서 소설적인 부분에서도 재밌었고

흥미뿐만 아니라 '이렇다면 어떻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한 고찰도 챙겨주는 점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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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리 상담을 받는 군인의 독백

"폭력적인 성향은 없음.

이렇게 써 놓으면 저는 그게 저인 줄 알고 그렇게 행동하겠죠.

하지만 그게 나쁘다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은 끊임없이 상황에 맞게 변하고, 타인에 의해 규정되며

그렇게 타자에게 자신을 빼앗기니까.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그토록 예민하게 되죠.

그게 곧 자신이 될 테니까."

*

통칭 그것, 외계인들로 보이는 이들과의 전투를 하는 군인의 의문

"그냥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

그들이 정말 싸움을 원하던가요? 우리가 먼저 공격한 건 아니죠?"

*

문명이 남아 있고 인류가 사라진 곳이 있다면 이인은 그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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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다리는 바다로 가는 지름길이었지만 아무도 그 곳을 이용하지 않았다. ...

굴다리에서 실제로 범죄가 일어난 적은 없었으나 어른들은 언제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처럼 여겼다.

범죄의 책임은 그 위험한 곳에 간 당사자에게 있다는 말과 같았다.

아이들은 그걸 몰랐다.

어른들만의 암묵적인 약속이었으므로.

*

새로운 행성에 가서 쓰레기를 치우는 직업의 면접장에서

"후각 감퇴 시술은 쓰레기 처리 업소에서 이미 받으셨군요.

그러면 우울 경감과 활력 징후 임플란트를 무상으로 시술해드리겠습니다.

잘됐어요. 굉장히 젊은 분이시네요. 몸도 건강하고요."

*

"왜 하필 당신의 유전자가 세상에 남아야 할까요?

그 특질이 독보적으로 고유하며 훌륭합니까?

인간 자체가 특별히 존엄한 종인가요?"

*

양로행성이라 불리는 노인들을 위한 행성에서

목표 없는 인간의 갈 곳 잃은 눈빛과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방을 주시하는 휴머노이드의 시선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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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무게: 모형 우주선 하나, 그러나 자체적으로 날아다닐 수 있어 들 필요도 없음

SF를 좋아한다면 실패하지 않을 단편선

단편선을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어떤 것들은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