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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리셋팅 레이디-차서진

 

이미지출처:리디북스

[리디스토리]

 

사실 제가 리디스토리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바로 리셋팅 레이디!

조아라에서 연재할 때 꼬박꼬박 챙겨보던 중 리디스토리로 옮겨갔다고 그래서 깔았습니다.

리셋팅 레이디는 연재할 때 부터 정말 재미있다고 입소문을 많이 탔던 소설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만큼 이 소설의 매력이 다양하고 깊다고 생각합니다.

문체 자체도 유치하지 않고 흐름도 지겹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주인공 캐런 하이어는 비가 내리는 정원에서 깨어납니다.

그는 117년간 17살에서, 그리고 책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연애소설의 주인공인 줄 알았던 캐런 하이어는 레이몬드 세이어테스와 결혼하여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소설도 여기까지였죠.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독주로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깨어나보니 비가 내리는 정원.

그 다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 같은 날, 죽음이 에정되어있었습니다.

 

캐런은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책이 끝났으면 책 속에서 나가야하는데, 자꾸 돌아오니까요.

백년간을 늘 똑같은 상황, 같은 사람들, 한정적인 레파토리 안에서 참 다양한 방법으로 죽었던 그는

117번째 생일날, 살인마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표지에서 창백한 얼굴로 도끼를 들고 웃고 있는 장면은 여기에서 나오죠.

캐런이 살인을 하던 말던 어쩐 일인지 누가 자꾸 수습을 해주고 있어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고,

늘 만나던 상인 베르딕 에반스의 딸 이셀라 에반스를 만나야하고

그러다 이셀라는 레이몬드를 사랑하게 되고 이셀라의 분노와 레이몬드의 사랑을 받는 건... 지루했습니다.

 

초반에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과, 살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캐런의 모습은

공포스러운 살인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삶에 대한 고찰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레이몬드를 다시 만나게 된 캐런은 이미 뚱합니다.

남주지만 지난 백년간 수많은 실패를 겪은 캐런에게 더이상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레이몬드도 이번에는 조금 이상합니다. 캐런을 다치게 두기도 하죠.

-아래 접은글은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더보기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캐런이 다시 죽고, 또 죽고, 그러던 어느 순간 레이몬드도 그녀와 함께 기억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캐런의 사촌이자 사제이고 의사인 듈란이 캐런에게 '선물을 주겠다'라고 한 뒤부터.

그리고 둘은 함께 캐런이 '그 날' 죽지 않을 방법을 생각합니다. 영원한 죽음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캐런은 여전히 같은 날 죽습니다.

 

레이몬드는 이제까지의 기억이 돌아와 캐런 없이 이미 몇천년을 살아서 캐런만이 그에게 유의미합니다.

반면 캐런은 이셀라와 우호적은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어하고, 변화를 주고 시도해보고 싶어합니다.

둘이 함께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이 부분은 꽤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캐런이 혼자서 고민하느라 스스로도 믿지 못하고 미쳐갔지만,

캐런이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되었죠.

 

둘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며 중요한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캐런의 회귀는 모계 유전이며, 그들은 모두 그들과 똑같은 여아를 낳은 뒤에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캐런은 회귀의 시작점인 그 순간,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라는 것.

 

두 가지의 정보는 캐런이 영원히 회귀의 굴레에 갇혀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캐런의 몸상태를 그렇게 만든 듈란을 끌어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듈란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레이몬드가 오랜세월 듈란을 고문하며 알아낸 것이었는데,

처음으로 레이몬드가 캐런과 그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를 가진 캐런을 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탑에서 추락하고도 죽지 못한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라며 듈란이 레이몬드를 부추켰던 거죠.

 

같은 방법으로, 둘은 듈란을 끌어들이고 '영원'을 신앙처럼 가지고 있던 듈란은

본인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캐런의 몸상태를 되돌리기 위해 연구합니다.

 

결국 그들은 캐런과 똑같은 딸을 가지게 됩니다.

모계 유전이었던 그 회귀는 태초의 성녀로부터 100만번의 횟수를 채운 뒤 사라지게 된다는 기록이 있었으나,

캐런은 어느날 그 저주같은 일이 자신의 대에서 끝났음을 느끼게 됩니다. 딸은 자유를 찾은거죠.

(셋이 시간을 나누어 가졌기 때문에 그만큼 횟수가 채워진 것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그렇게 더이상 반복되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을 캐런과 레이몬드는 살아가게 됩니다.

 

필력도 좋고, 글도 전체적으로 스산한 스릴러 영화 같은 분위기를 깔고 있어서 독특하고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웹툰화 기념으로 정주행을 했었는데 다시 봐도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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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물

도파민찾다살인해보는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