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전 포스팅인
'여자 셋이 살면 집이 커진다'와
비슷한 류의 책입니다.
전 도서가 30대의 친구들과 공동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도서는 40대에 친구와 집을 사는 이야기입니다.
둘 다 다른 매력이 있어 이번 책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40대에 사회 생활도 이미 10년 넘게 한 두 저자는
모아둔 돈과 대출로 자가를 구매합니다.
김은하 작가의 책이 동년배의 동질감이 있었다면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책은 '선배들이 먼저 간 길은
이렇게 생겼구나'를 느끼게 되는 책입니다.
책은 두 작가가 번갈아가며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된 터라
처음에는 조금 헷갈렸었는데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고
두 작가를 알아가게 되며
자연스럽게 분리가 가능했습니다.
특히나 두 작가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듯,
둘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입니다.
어떻게 둘이 같이 살 생각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둘은
그렇기 때문에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은하 작가의 책에서 '우리 안맞지 않아?'라는
이야기도 같이 생각나며, 두 책의 공통점은
'서로를 배려하며 사는 것이 공동생활의 핵심'
이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하나 작가는 프리랜서로
정리정돈에 능하고 미니멀리스트입니다.
황선우 작가는 회사를 다니며
요리에 능하고 맥시멀리스트입니다.
간단한 서술만으로도 둘이 얼마나 다른지 보입니다.
한쪽은 요리하고 한쪽은 정리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행복한 그림이 그려지는데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는
대체 어떻게 합의를 해서 살아야할까요?
둘은 본문에서 너무 다른 사람이기에
좋았던 일, 안맞았던 일 등을 이야기합니다.
친구와 사는 건 어떨까?가 궁금할 때
읽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작가는 본문에서
서로 너무 달라서 놀랐던 점도 공유하지만
서로에게 본받을 점도 많이 공유를 합니다.
이 부분이 참 좋았던 게
같이 사는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잘 보였습니다.
또한 주변인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여
동네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즐거운 40대를 위한 지침서 같은 느낌을 주고
이후의 삶에서도 둘은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건 내가 글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가끔 도망가곤 했던 식상한 첫 문장이지만,
김하나와 살면서 깨우쳐가는
신선한 진실이기도 하다.
...
우리 두 사람의 이런 사소한 차이를
앉은 자리에서 스무 개쯤은 더 나열할 수 있지만
...
어쨌거나 내가 공 여러개를 갖고
저글링을 하며 뛰어가듯
빠르고 정신없고 복잡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란 걸,
그렇지 않은 동거인을 보면서 종종 느낀다.
어떤 차이는 이해의 영역 밖에 존재한다.
...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황선우 작가
비슷한 점이 사람을 서로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은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황선우 작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보러 갔을 때
나눈 대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김하나 작가는 황선우 작가가 집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던 차에
황선우 작가가 했던 말입니다.
"창밖으로 플라타너스들이 눈 아래
일렁이는 게 바다 같았어."
"나도 좋아."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로 안 보인다는 데
전혀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남성의 욕망은 대상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내 가치를 높여주거나 기분을 낫게 해주지 않으니까.
-황선우 작가
지구 환경은 김하나와 같은 인류를 사랑할 것이고,
자본주의 시스템은 나 같은 소비자를 반길 것이다.
-황선우 작가
그런데 이제 내 집이기도 한 공간에
쌓여가는 물건들의 대왕릉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은 황선우의 생활 습관이라는 파도가
40년에 걸쳐 쌓아 올린 지형이었으며
나는 앞으로 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매일매일 이어질 파도와 더불어 살아가야 했다.
-김하나 작가
우리는 여러 번 싸웠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느라
"우리 여태 뭐 때문에 싸웠더라?"
물어봤다가 한 번 더 싸울 뻔했다.
-황선우 작가
부부 싸움뿐 아니라 같이 사는 친구끼리의
싸움도 꼭 칼로 물 베기 같다.
우리는 언제 싸웠나 싶게 다시
사이 좋게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칼로 물을 베는
그 몸짓으로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이 싸움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본다.
...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행복은, 빠다야!!"
'행복은 보장된 미래.'
버터와 좋아하는 스시집으로 행복해지는
둘의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대금 입금일이어서 기념으로 식당을 예약했으나
대금이 생각보다 적게 들어왔을 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식당을
예약하두다니, 기특하다!'라는
사고방식이 재미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지각하는 게 아님을,
애초에 당신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으므로.
-김하나 작가
시력과 청력 등 실제적으로 신체적 예민함 정도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다양한 변수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이런 동네 친구는 상상 속의 동물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전해져온다.
그런데, 우리 집에 유니콘이 산다.
-황선우 작가
둘의 관계에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마다
그 미래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찌 보면 이것도 우리의 노후 계획이다.
...
우리는 하루에 한 곡씩 음악을 쌓으며
노후를 그려본다.
그 술집이 실제로 생기든 그렇지 않든,
매일 그곳을 그려보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이미 남는 장사다.
-김하나 작가
"어떤 사람이 수영장 레인 끝에서 끝까지
숨을 참고 단번에 헤엄쳐 가는 거야.
저 사람은 참 대단하고 멋있구나 싶었는데
나는 그리 못할 것 같았어, 절대로.
숨을 도저히 못 참을 거 같더라고.
그런데 어느 날 한번 결심을 하고
나도 되는데까지만 가보자, 했더니만
끝까지 갈 수가 있더라고."
-김하나 작가 어머님의 이야기
"병원이지만 둘이 같이 가니까 여행같아.
가방에 셀카봉 넣을 뻔했네!"
황선우 작가가 입원했을 때
보호자로 김하나 작가가 동행했고
그 때 나눈 이야기입니다.
수술이라는 걱정이 많이 되는 일이 생겨도
농담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안심되는 일인지!
호의.
이게 '원래의 마음' 아닐까?
관습과 가족 관계와 책임과 의무로
짓눌려버리기 이전의,
좋아하는 친구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갖는 친근한 마음.
내 자식과 함께 사는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김하나 작가
오늘도 내 동거인은 아주 우습고 또 존경스러운,
딱 그만큼의 거리에 있다.
-황선우 작가
어쩌면 혼자 거친 식사를 하고
내내 긴장한 채로 지낸 데다
늘 유쾌하게 밝혀 있던
농담의 스위치가 꺼지는 바람에
면역력이 약해졌던 건 아닐까?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긴장,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건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황선우 작가
김하나 작가가 개인적인 일로
오래 집을 비운 사이 감기에 걸린
황선우 작가의 독백.
이불 밖으로 나가기도
무서운 추운 아침에도
동거인에게 의지박약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수영장으로 나섰다.
써야 할 원고를 모른 척한 채
종일 뒹굴대고 싶은 날에도
동거인 보기가 부끄러워
노트북을 켰다.
집안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사는 건
잔소리쟁이가 사는 것보다
천배는 동기 부여가 된다.
-김하나 작가
우리는 한강을, 동네 골목들을,
좋은 날씨를, 단단한 허벅지를,
즐거운 출근을,
약간 별나고 유난스러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주고 또 받았다.
-황선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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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같이 사는 이야기
공동생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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