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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

이미지출처: 교보문고

 

 

두 번째로 읽는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선입니다.

'행성어 서점'이나 '파견자들' 등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믿고 읽을 수 있는 단편선입니다.

 

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타 행성을 여행하는 로몬들과

그 로몬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

 

시각이상증을 겪는 모그에게

춤을 가르치는 강사에 대한 이야기

 

세 번째 팔이 있다고 믿고

정말로 그걸 구현한 사람의 이야기

 

오래 전 한 행성에 불시착해 적응하여

말이 아닌 입자로 의사소통하는 이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외부에서 다시 오게 된 인류와 만나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야기

 

행성의 기존 생물들인 오브들에게

시간을 나눔받아 생존하는 인류의 이야기

 

사람들이 생각을 스스로의 뇌가 아닌

'인지 공간'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세계의 이야기

 

시간과 관련된 학계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학계 최고의 연구자로 활동을 하는 이론 물리학자가

사고로 인지 시간 자체가 달라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동생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소통하는 이야기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고 신비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번에도 김초엽 작가님 특유의

'인지'와 '의사소통'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단편집이 있어 좋았습니다.

 

더보기

 

행성의 기존 생물들인 오브들에게

시간을 나눔받아 생존하는 인류의 이야기 중

그들은 개체인 동시에 집단이며,

개체로서의 지성과

집단으로서의 지성을

모두 지닙니다.

우리의 긴 삶에 비하면

너희의 삶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행성의 시간을 나누어 줄게.

그리고 그들은 오랜 잠에 빠져들었어요.

오브들이 우리에게 시간을 나누어 준 거였어요.

그들이 잠든 거예요.

스스로 멈추기를 선택한 거예요.

우리에게 삶을 주기 위해서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죠?

제 말은, 고작 이런 우리를 위해서…


사람들이 생각을 스스로의 뇌가 아닌

'인지 공간'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세계의 이야기

주인공의 친구인 '이브'는

'인지 공간'에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건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인지 공간'의

관리자를 할 정도로 열정적입니다.

둘의 생활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멀어집니다.

이브는 개인의 기억이 중요하다 주장하고

주인공은 공동의 지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중요할까?

이 행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던

작은 천체 하나를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이브는 자신이 인지 공간에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인지 공간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다음에는 어쩌려는 것일까.

설령 결함이 있어도 인지 공간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인데.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

사유할 수 없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가.

스피어(개인 사유 공간)가 정말로 분열일까?

스피어를 갖게 된 우리는 정말로

같은 격자를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더 많은 종류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시간과 관련된 학계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학계 최고의 연구자로 활동을 하는 이론 물리학자가

사고로 인지 시간 자체가 달라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동생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소통하는 이야기

나는 문득 언니와 나의 시간이

다시는 겹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 우리가 아주 다른 풍경을

보고 있으리라는 것도.

이제 언니를 보내줘야 했다.

우리의 세계가 어느 순간

분리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

믿고 보는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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