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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알라망드-어도담

이미 전작인 레메퀸에서 후기라기보단 찬양으로 글을 도배한(...) 어도담님의 소설입니다.

단권 소설이며, 책 뒷면의 (또한 캐릭터 코멘터리 첫문단에 나오는)

"이기적이고, 엇나가고, 상처받으면서도 결국엔 놓을 수 없는.

다신 돌아오지 않을 그 불안한 시절들에 관하여."

라는 말과, 캐릭터 코멘터리에서 나오는

"태어나면서부터 지킬 것이 많았던 비비안과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지킬 것이 비비안밖에 없던 에윈"

그리고 둘 다 이기적으로 행동했고, 어린아이 특유의 치기어림으로 대했다는 것이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네요.


시작은 열두살의 비비안이 에윈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부유한 도슨상회의 외동딸로 태어나, 어머니가 저를 낳고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그를 만회라도 하듯이 더 사랑하고 아끼며, 예쁘고 총명한 도슨의 후계자.

그리고 왕의 사생아로 태어나, 인정받지 못해 성조차 받지 못한데다 어미의 원망을 받아내며 자랐던

외가에서도 딸 인생을 망친 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숙부가 왕을 죽이고 제 이복형제들을 죄다 죽이는 중에도

그럴만한 가치조차 없어서 간신히 살아남은, 버리기엔 너무 고귀하고 거두기엔 돌아올 것이 없는 전왕의 사생아.

에윈이 외가인 글래스턴의 이름을 달고, 죽은 듯이 살라고 보내진 랭카셔에서 둘은 만났습니다.

사랑받고 자란,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총명한 소녀와 비협조적으로 구는 귀족 소년의 만남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서로를 잘 알게 되었죠.


그리고 어느 순간, 에윈은 비비안에게 반하게 된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지만 비비안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상회를 이끌어가도록 해 줄,

충분한 지성을 가졌지만 가문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2세를 위해) 키가 작지 않은 데릴사위였죠.

그리고 애초에 에윈은, 태어난 이후로 그로 인해 단 한번도 혜택을 본 적 없는 가문덕분에 말 그대로 광탈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에윈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비비안이었고 그녀는 자신보다 아버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죠.

(비비안은 아버지를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일구어 놓은 상회를 사랑하고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는 자신이기에 자존감이 높은 것입니다.)

에윈이 그녀에게 말 한마디 없이 땅을 매입하는 큰 일을 치루고, 학교로 떠나는 동안 그녀는 서운함, 배신감을 느낍니다.

에윈은 글 중에서도 말하듯이, 자신을 버리는 것도 둘의 관계에서도 늘 비비안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거절당할까 무서워서 학교에 가 있는 내내 편지를 보내지도 방학 때 집에 돌아오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결국 몇년이나 뒤에 편지를 주고 받은 둘은, 에윈이 방학에 내려와서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오해를 풉니다.

둘을 보면 애기들이 투닥거리는 것 마냥 싸우고, 화해하는 것의 연속이며 그래서 서로에게 좋은 친구이며, 보는 이에게 웃음을 자아냅니다 :)

하지만 둘 사이에도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있었는데, 그건 애정과 지난 세월에 대한 둘의 태도의 차이입니다.

에윈은 전자를 우선시했고, 비비안은 후자를 잃을 까 두려워 전자를 외면했습니다.


그 차이로, 비비안이 에윈의 고백을 거절하고 에윈이 왕의 부름을 받아 떠나고 난 뒤에야 비비안은 자신이 둘 다 잃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왕에게 가서 외할아버지와 숙부(왕)의 거래에 대해 듣고, 자신이 원하는-비비안을 얻기 위해, 에윈은 글래스턴의 주인이 되는 것을 수락합니다.

그렇게 원하는 단 하나를 위해 왕의 옆에서 신나게 구른 에윈은, 이미 비비안과 함께 하던 때의 순수함은 어느정도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비비안 위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비교적 짧게 나와서, 저도 그랬지만 너무 바뀐 에윈이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코멘터리를 읽으며 생각해보면, 왕이 에윈에게 시킬법한 일들과 그가 작위를 이어받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의 성격을 그렇게 극단적이고, 비비안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방법으로 

일을 진행시킨 것에 대해 설명이 됩니다. (물론 설명이 된다고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에윈이 돌아오기 직전, 비비안의 아버지 필립이 결국 사망하고, 결혼도 안한 스물의 여자애에게 사람들은 신뢰를 잃습니다.

이미 반년 전부터 모든 서류들이 아버지의 도장을 쥔 비비안의 손에 처리되었음에도 그들은 한순간에 도슨을 가라앉는 배 취급합니다.

또한 어릴때부터 아버지들끼리도 잘 알고 지냈던 노튼가의 배신으로 도슨상회는 더욱 위험해지는데, 그 와중에 에윈이 나타나서

자기랑 결혼하지 않으면 상회를 망하게 할 것이라는 의도를 풀풀 풍기면서 이곳저곳의 거래처를 압박합니다.

솔직히 이때 에윈 진짜 열받았는데 비비안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상처받았을지는.... (.....)

제발 생각이란 걸 좀 해!!!하고 싶었지만 에윈 역시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최선이었을 겁니다.

결국 궁지에 몰린 비비안이 내가 좋아했던 너는 이렇지 않았다, 라는 말을 하고 추측컨대 이 말로 인해 용기(...?)를 얻은 에윈도

제 밑바닥을 드러내며 대화를 하고, 둘은 언제나처럼 싸우고 화해했습니다. 이번에 스케일이 좀 남다르긴 했죠.


6개월간 도슨상회에 올인해서 상회를 다시 원상복귀 시켜 놓은 비비안은 에윈과 결혼합니다.

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는 어릴때부터 꿈꿔왔던 도슨상회의 주인이며, 이젠 글래스턴의 안주인이기도 하죠.

그 두 역할을 모두 해내며, 에윈과도 잘 지내는, 여전히 투닥거리지만 기저에 의심하지 않는 애정을 깔고 있는 둘의 모습을 마지막에 볼 수 있습니다.


다 읽고나서는 되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애기들이 다 크고 나서 소설이 끝났네요 :)


::

상인여주

자존감높은여주

사생아남주

후작남주

이기적인연애

믿고보는 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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