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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애슐리-정세랑

섬의 애슐리, 출처 yes24

[YES24 전자책뷰어]

여기에는 본토와 섬이 나누어져있습니다. 본토가 유일한 대륙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본토사람과 섬사람으로 나뉘어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애슐리는 섬에서 태어난 섬 사람입니다.

하지만 본토 사람인 어머니를 닮아 본토의 외모를 가지고 있죠.

그렇지만 딱히 본토에 갈 생각도 없고, 무언가를 열망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여기에 나오는 섬 사람들은 대부분 본토를 동경하고, 본토에 가고싶어합니다.

그래서 본토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섬에 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잡일을 하는 애슐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겠죠.

심지어 머리좋은 여동생과 아버지, 새어머니는 이미 본토로 떠났고, 그녀는 함께하고 싶지 않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본토에 재난이 일어나죠. 소행성을 부수려다가 실패했거든요.

그렇게 본토의 사람들이 섬으로 피난을 오게 되고, 피난객은 많고 일손은 부족했죠.

그래서 애슐리도 그냥, 같이 도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기자, 리가 찍은 애슐리의 사진 하나가 대박을 터트립니다.

사람들은 '피난민들을 나이팅게일처럼 돌봐주는 섬의 애슐리'의 다큐멘터리에 푹 빠졌죠.

그렇게 애슐리가 유명인이 되자, 사람들이 애슐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되죠.

제일 큰 변화는, 섬의 권력자, 섬의 스타, 아투가 그녀와 함께 춤을 추고 청혼을 하게 된 일이었어요.

애슐리는 그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뚜렷한 거부는 없이 그저 물흐르듯 쓸려갔죠.

그녀의 인생은 이미 너무 유명한 다큐멘터리였고, 사람들은 그녀의 결혼을 축복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본토가 회복되고 사람들이 점차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섬을 부흥시키고 싶었던 그녀의 남편, 아투에게는 나쁜 소식이었죠.

다음날 밤 중, 아투는 자고 있는 그녀를 흔들어깨우며 화물선에 불이 났으니 어서 함께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화물선에서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을 찾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

아투는 그녀의 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배에 둔 채 이야기합니다.

'섬의 애슐리로 남고 싶지 않아?'

그리고 애슐리는, 반항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기보다 그저 순응했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때에, 기자 리가 구석에서 기적처럼 나타납니다.

범죄 현장을 찍게 된 그는 그녀를 구하고 탈출하지만, 애슐리의 의견대로 그녀의 생존은 비밀이 되었고

그들은 그대로 본토로 돌아가 리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함께 가게 되었죠.

그곳에서 애슐리는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리가 애슐리에게 아투의 만행을 밝히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녀에겐 그럴 의지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티비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학대당했던 어떤 사람이 울지않고 담담하게 하는 인터뷰가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았죠.

그렇게 애슐리는 리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다시금 꺼내놓게 됩니다.

 

짧은 단편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고 흡입력도 있었어요.

작가가 이야기 뒤에 따로 쓴 것 처럼, 섬의 애슐리는 평생을 은은한 폭력속에 살아온 사람의 성장입니다.

이야기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애슐리는 딱히 의지가 강하지도 않고 간절한것도 없습니다.

그저 무난무난하게 흘러가는 그런 사람이죠.

그래서 섬 사람들이 그녀에게 뭐라고 할때에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겼고

아투가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에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죠.

그렇지만 애슐리가 답답하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도 있는 만큼, 그냥 그정도의 무기력한 사람도 있다-정도의 감상이었죠.

누군가는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누군가는 그저 흐르는 물처럼 산다면, 후자가 애슐리였을 뿐이죠.

그리고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의 애슐리가 한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 그만 Vol.2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애슐리의 의지로 공개되지 않은, 잔잔하길 원하는 그녀의 인생을 다시 파란속으로 던져넣는 것에 대한 동의였죠.

다른 피해자가 담담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녀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인지도 몰라요.

그 뒤에 그녀는 독백으로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플래시에 눈을 감지 않고 말하겠다. 그것만으로도 세계에 지지 않게, 소모당하지 않게 된다는 걸 안다."

평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왔고 순응하며 살아왔던 그녀가 플래시에도 더이상 눈을 감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

그리고 '소모당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한 번 쯤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길이에 비해 여운이 길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