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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네가 죽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진서

이미지출처 네이버 시리즈

[네이버 시리즈]

 

델루아 공작의 음모로 황실의 대부분의 핏줄은 사라졌습니다.

그 중, 델루아 공작에게 죽을 뻔 했으나 악착같이 살아남은 카를로이 크로이탄은 결국 황제가 됩니다.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리리안 루를 다시 만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남아 황권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델루아 공작 때문에, 공작의 딸 '이본느 델루아'와 결혼하게 됩니다.

세간에서는 이본느 델루아가 델루아 공의 귀한 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카를로이는 그런 공작의 딸과는 절대 가까워지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공작의 외모를 빼다박은 이본느 델루아를 마주칠수록 그는 스스로의 감정의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한 편, 이본느 델루아, 옛 이름 리리안 루는 공작의 사생아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아파서 늘 약값을 구하러 다녔지만, 모녀 둘이 살았을 때는 행복했습니다.

약값을 위해 불량패거리의 잡일담당을 하던 중  납치되어 온 카를로이와 마주쳤고

자신도 잡혀온 와중에 다른사람을 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카를로이를 탈출시킵니다.

그 일은 루가 자라는 내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잘한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델루아 공작이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루를 찾아왔을 때 부터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작은 루를 이본느 델루아로 키우며 아무도 그가 사생아임을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기위해서 루와 루의 어머니가 머무르는 곳에 겹겹이 마법을 걸고 사람을 단속했습니다.

루에게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정신마법을 걸고,

어머니를 볼모로 그를 카를로이와 결혼시켜 황궁으로 보냅니다.

 

그리하여 루는 카를로이를 다시 만났지만, 카를로이에게 그는 그저 원수의 딸일 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안위가 걸려있어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지는 못하지만

공작이 먹이라고 하는 독약을 제가 대신 먹는 등 루는 제 선에서 최대한 카를로이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카를로이는 이본느가 늘 자신을 속이고 가지고 논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본느에게 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상처주기 위해 더 일부러 행동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들이 많은 독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솔직히 구르는 거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둘러 싼 모든 적대적인 상황에 루는 기댈 곳 하나 없는 황궁에서 점점 지쳐갑니다.

 

아래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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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루의 마음이 점점 마모되고 부서져가는 것이 소설 내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카를로이를 위한 선택을 했으나, 카를로이가 그를 믿지 못했고

반면 제 행동으로 인해 공작의 의심을 사 어머니의 안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공작은 반란을 일으키고 미리 깔아둔 덫으로 이본느까지 한패라고 의심받게 합니다.

반란으로 공작령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데다가 갇히기까지 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안위를 알 수 없는 루는 진심으로 호소하지만 더 상처받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루는 카를로이를 위해 한 모든 선택을 후회합니다.

어린 날, 그를 구해준 것 까지도요.

 

그리고 카를로이의 심복, 아셀의 힘을 빌려 탈출을 감행하여 공작령으로 내려갑니다.

공작령에서 그가 마주친 것은 어머니가 모든 진실(어머니를 인질로 공작이 루에게 했던 일들)을

알고 탑에서 투신했다는 것, 공작이 마법사(루에게 정신세뇌를 걸던 마법사)를 죽였다는 이야기 입니다.

공작을 찾으러 간 루는 마법사를 죽이는 바람에 마법이 풀려 백골이 된 관을 끌어안고

정신이 나가 있는 공작을 마주하게 됩니다.

(마법사가 공작을 죽이려다 들켜서 공작이 먼저 죽인 것이었습니다.)

마법사의 죽음으로 모든 제약이 풀리고 어머니라는 인질마저 사라진 루는 그 자리에서 공작을 죽입니다.

 

그리고 카를로이가 어린 시절 루에게 주었던 황실의 보물의 기능과

생존자들의 증언 덕에(공작에게 인질로 협박 받고 있어서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사람들)

이본느가 리리안 루라는 것과 그동안 공작의 음모에서 카를로이와 황비를 지키려고 했던 것 등의

정황이 드러나게 되지만, 이미 루는 모든 의지를 잃은 상태였습니다.

 

카를로이와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었던 어머니, 드니스도 사라진 상황이었습니다.

루는 모든 것을 알게 된 카를로이가 비는 용서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루는 그저 카를로이에게 네가 날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건, 자신을 죽여주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카를로이도 자신이 죽었으면 죽었지 그것만은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둘 사이가 영원히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루는 드니스의 유지대로 살아가기위해 드니스가 가고싶어했던 곳 중 황실 소유 휴양지에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루는 점차 치유되기 시작하고 드니스가 바랬던 대로 세상을 좀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더 이상 나아질 방법이 보이지 않던 루가 여전히 드니스의 생각을 하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독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만 했습니다.

 

반면 카를로이는 열심히 구르고 있었는데,

어찌되었든 나중에 루가 용서해줘서 이쪽도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루는 제가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카를로이가 지옥에 있는 모습이 자꾸 밟혔습니다.

그 어린시절의 기억처럼, 드니스도 공작도 없는 세계에서 루에게 카를로이가 크게 남아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나중에는 둘이 재회하게 됩니다.


사실 후회물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후회남주'를 만들기 위해서 초반의 주인공이 미친듯이 구르는 것도 있고,

누가봐도 남주인 애들이 수습못할 말을 내뱉는 것도,

그걸 지나치게 쉽게 용서하고, 용서하기위해 용서하는 듯한 주인공들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후회할 짓을 해보고서야 아는 사람보다 처음부터 배려를 기본값으로 가진 사람이

훨씬 낫기에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소설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평소라면 건드리지 않았을 텐데,

프리패스로 뜬 작품 중에 읽을만하다고 생각 되는 작품이 얼마 없었고

당시 읽고 있던 다른 소설이 없었던데다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프리패스니까 가볍게 읽다 하차하지 뭐, 하고 들어왔다가

작가님 필력에 이끌려서 완결까지 달리게 된 소설입니다.

 

사실 후회물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소설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글의 설득력'입니다.

작가가 독자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결국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떠나게 되겠죠.

그리고 저 역시 많은 소설들을, 특히 후회물을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이유를 납득하지 못해서 하차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카를로이가 정말 분리수거 불가능한 입을 가지고 있었고

이본느, 루의 상황이 불쌍하다 못해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너무 괴로웠는데도 불구하고

감정선이 너무 잘 쓰여서, 루가 행동하고 생각하는 그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져서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

루가 상처받고 포기하고 체념하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모든 과정들이 독자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쓰여져있습니다.

카를로이가 분리수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루와 함께 얼레벌레 용서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스토리만 보면 정말 제 취향은 아니지만

그리고 남주도 정말 취향이 아니고, 여전히 제 마음 속의 카를로이는 불쌍하지만 그 뿐인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의 성장서사가 감정선과 함께 잘 쓰여,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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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남주

여주성상서사

황궁물